칩4는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동맹이다. 원천 기술과 설계능력을 가진 미국, 소재와 장비에서 앞선 일본, 생산 능력에서 압도적인 한국과 대만이 함께 참여해서 공급망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도 추진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네 나라의 반도체 생산량을 모두 합치면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차지한다. 대만과 일본이 이미 가입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이 참여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경고까지 서슴지 않는다. 미국이 '칩4' 결성을 추진하는 이유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을 당장 완벽하게 구축하기는 어려운 처지에서 우선 동맹 관계에 있는 아시아국가들과의 협력관계 강화가 긴요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핵심은 장기적으로 대만의 시장독점 탈피에 있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서방의 대만 안보 상황에 대한 위협 인식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진정한 목적은 중장기적으로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과 자국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발표한 '2022~2026년 전략 계획'에서 미국 제조업 및 공급망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한 첫 번째 추진 전략으로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역량 강화를 들었다. 미국은 한국, 대만의 반도체 제조 공장을 유치해 결국 장기적으로는 자급도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을 의식하는 우리 정부는 칩4와 관련해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폐쇄적인 모임을 만들 생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협의 주제에 중국 배제를 목표로 한다거나 수출 통제를 말하는 대목은 없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노골적이다. 미국의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로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은 10년 동안 중국에는 28나노 이하의 설비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도 적용을 받는다. 경제적 협의체를 만들자는 구상에 정치적 용어인 동맹을 붙이는 건 이런 미국의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 칩4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데는 반도체 영역은 아직 '굴기'를 이루지 못한 중국의 내부 사정도 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500억 달러로 중국 전체 수입액의 13%를 차지했다. 특히 첨단 반도체 영역은 아직 기술의 격차가 있다. 중국의 반발을 생각하지 않고 사안을 들여본다면 미국의 기술과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칩4 동맹 가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칩4 구상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이다. 중국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에 유리한 상황은 단기에 한정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아시아 의존 축소 시도에 따라 한국의 반도체 산업 역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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